아파트값 떨어지자 덜컥 팔았던 남성…부동산 플랫폼 개발 도전 [방준식의 N잡 시대]

입력 2023-10-01 07:00   수정 2023-10-01 10:27

저는 광고회사에 다녔습니다. 일만 하다 보니 부동산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투자에 대해서도 잘 몰랐었죠. 과거 신도시 아파트 분양을 받고도 가격이 내려가자 조바심 때문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받고 팔았을 정도였거든요. 그러다 부동산 투자 행사 기획을 통해 자연스럽게 귀동냥으로 전문가들의 말을 듣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투자적 관점에 대해서는 알 수 있었지만, 실거주 정보를 알 길이 없었거든요. 공인중개사들도 매물에 대해 나쁜 소리를 할 수 없으니까요. 수억대 아파트를 사야 하는데 포털에도 가격과 위치만 나올 뿐 거주 정보를 모르고 사야 하니 답답할 따름이죠. 그래서 직접 부동산 앱을 개발했습니다. △역과의 거리 △공동 공간 비중 △단지 환경 △친환경 △교육환경 등 필터를 통해 자신에게 딱 맞는 단지를 골라 줍니다. 수백건의 부동산 구매 후기를 AI로 150자로 요약해 제공했죠. 앞으로 <부동산의 신>으로 돌풍을 일으킬 생각입니다.

내 집 마련에 최대 고민은 '어느 지역을 사야 할까'이다. 서울 경기도만 해도 워낙 넓다 보니 전부 임장을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동산 플랫폼에서는 가격과 평형수 정도만 알 수 있지만, 실거주에 대한 정보는 공인중개사를 통해서조차 알 수가 없는 현실이다. 50대 대표는 생각했다. "좋은 집은 사는 것(Buy)뿐 아니라, 사는 것(Live)도 좋아야 한다." 그는 곧바로 단순 투자보다 거주의 관점에서 부동산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서울 6만 세대 단지를 쇼핑 앱처럼 '주거 환경 검색'을 통해 나와 딱 맞는 아파트를 검색해준다. 주민들도 쉬쉬했던 거주 정보도 속시원하게 알 수 있다. 광고 홍보맨이자, 아파트 정보 플랫폼 '부동산의 신'을 만든 정성은(이도인터랙티브 대표·51)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부동산 플랫폼 '부동산의 신'을 개발한 정성은(이도인터랙티브 대표·51) 입니다. 최근 2~3년간 대한민국에 부동산 광풍이 일었습니다. 주위에서 '내 재산은 가만히 있는데 나만 거지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포모(FOMO) 현상 왔죠. 대부분 투자자들은 어느 지역에 투자해야 2~3배 돈 버는가만 포커싱이 됐었죠. 주택은 주거상품의 기능이 큰데, 우리나라는 투자 재테크 상품으로 인식이 되어 왔었죠. 최근 행사장에는 젊은 층도 늘고 있습니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은 워낙 비싼 상품인데, 오직 투자적 관점으로만 접근했다가 금리가 2배 가까이 오르며 고통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부동산의 주거 적 가치를 포커싱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창업했습니다."

Q.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셨겠습니다.
"저는 부동산 문외한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수원 광교 아파트 분양을 받았는데 가격이 내려가자 조바심이 나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받고 팔았습니다. 그러자 가격이 뛰더군요. (웃음) 부동산은 자산적 관점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 깨달았죠. 그 뒤로 전문가들 이야기를 계속 들었습니다. 세상에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많더군요. 강연이나 유튜브만 들어도 고급 부동산 정보를 알 수 있죠. 하지만 빈틈이 있었습니다. 교통이나 개발 호재는 알아도 주거 환경으로서의 가치까지 알 수 없죠. 전문가 말만 듣고 재건축 단지 빌라 투자했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투자상품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주거 환경이 좋지 않으면 전세도 잘 안 나갑니다. 그 뒤로 수도권 아파트 단지의 주거 환경 정보를 모았고 정부 연구·개발 과제로 지원받아 올해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대표 직함만 2개죠. (웃음)"

Q. 어떤 서비스인가요.
"광고 회사의 노하우를 접목했습니다. 광고를 만들기 전에 타깃을 잡고 라이프 스타일 조사를 합니다. 그 기법을 부동산에 적용했습니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설문 30여개를 통해 8개 유형으로 나눕니다. 예를 들어 직장과의 근접성이 중요한 사람, 가족의 행복이 중요한 사람, 청소년 유해시설이 없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 있겠죠. 각각의 유형에 맞춰 매칭률 순서대로 추천해 줍니다. 자신이 사는 집이 몇 등인지도 볼 수 있죠. (웃음)"



Q. 원하는 아파트를 어떻게 알 수 있죠.
"서울 경기도만 하더라도 지역이 너무 넓죠. 전부 임장을 갈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앱은 필터링을 통한 '주거환경 검색'이 가능합니다. 보통 부동산 플랫폼들은 △가격 △평형 △세대수 정도로 구분이 됩니다. 저희는 △역과의 거리 △공동 공간 비중 △단지 환경 △친환경 △교육환경 등 필터 검색을 거치면 서울 6만 세대 단지 중 나와 맞는 단지를 10~20개 수준까지 보여줍니다. 마치 쇼핑 앱처럼요. 많은 정보량을 줄여줘 더 좋은 선택이 가능하도록 돕죠."

Q. 아파트 단지 정보를 알 수 있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들은 매물에 대해 나쁜 소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수억대의 아파트를 사야 하는 수요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죠. 수백건의 부동산 구매 후기를 GPT를 활용해 150자로 요약해 볼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살아본 사람들의 층간 주변 소음 등 부정적인 내용들도 여과 없이 제공합니다. 실제 사용한 사람들이 깜짝 놀라 하죠. 주민들도 쉬쉬하는 내용들도 있으니까요."

Q. 항의가 많을 것 같습니다.
"정보는 신뢰성이 생명입니다. AI가 요약한 데이터를 전부 다 봤습니다. 자극적인 부분이나 오타 번역이 서툰 부분은 제거했습니다. 주민들 피드백을 댓글로도 받고 있죠. 모든 주거 환경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누구는 지하철 3분 거리 좋다고 하지만, 큰 도로가 있어 베란다 문을 못 연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웃음) 데이터를 중개사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단지 정보를 1000원에 리포트 10장으로 볼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Q. 모임 공간도 운영하고 계십니다.
"회의실 공간을 대여해 주는 '상연재'의 대주주입니다. 직접 대표로 활동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행사 프로모션을 하다 보니 늘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시청역점 이어 서울역점에 2호점을 냈습니다."



Q. 최근 부동산에서 공간대여 서비스가 뜨고 있는데요.
"서울 한복판 오피스가 밀집된 곳이라도 회의실이 많지 않아요. 일반 직장인들도 커피숍에서 회의를 많이 하죠. 그 부분을 주목했습니다. 시청점은 회의실이 15개 규모입니다. 많게는 50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큰 공간도 있죠. 수요가 매우 많습니다. 시청역점은 대기업에서 이용을 많이 하는데, 본사에서 간단한 회의라도 하려면 여러 보안 절차를 거쳐야 해 번거롭거든요. 서울역점은 공무원들이 단골입니다. 교육청이나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이 서울역에서 회의만 하고 가거든요. 서울시청 제2 회의실로들 부르고 있죠. (웃음)"

Q. 수익구조는 어떤가요.
"1시간 기준으로 1인당 커피값 정도를 받습니다. 물론 커피도 제공하고 있죠. 10명이 4만원으로 이용할 수 있죠. 공간 대여는 입지가 생명입니다. 임대료가 비싸도 역과 최대한 가까우면 승산 있는 비즈니스입니다. 광화문이나 강남 등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관건은 임대료와 고객의 매출 황금비율을 찾는 것입니다. 평균 2년 안에 투자금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사무실은 5년 정도 계약하니 남은 3년은 수익을 낼 수 있죠. 목표수익을 투자금의 1.5배로 잡고 있습니다. 플랫폼 입점 없이 자체 홈페이지만으로 예약이 전부 마감되고 있죠. (웃음)"

Q. 투자금이 많이 들 것 같습니다.
"월 임대료가 전체 비용의 70~80%를 차지합니다. 현재 빌딩 건물주들이 공실에 대한 공포가 매우 큽니다. 공실이 1~2년씩 되면 어쩌나 두려워하고 있죠. 건물당 평균 40~50% 심하면 70%가 대출입니다. 공실이 나면 이자 비용이 눈덩이죠. 자영업 시장도 굉장히 어려워 공간대여 서비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죠. 회의실의 장점은 파티룸과 달리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습니다. 이용자들이 음식을 먹는 경우가 적고, 대부분 스스로 잘 치웁니다. 현재 키오스크와 앱을 통한 무인화를 개발 중입니다."

Q. 아무나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네요.
"전국에 회의실 대여 비즈니스 성공 모델이 많지 않습니다. 교통 입지와 임대료 비중이 중요하고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들의 수요가 받쳐줘야 합니다. 개인이 브랜드만 가지고 뛰어들었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현재 직영점 확대를 위해 전국의 20개 입지를 분석해 놓았습니다. 투자 설명회도 열 생각입니다. (웃음)"

Q. 앞으로 공유 오피스 시장은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은 이 시장이 나쁘지 않습니다. 한국형 공유 오피스는 잘되고 있죠.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고객의 대다수가 스타트업인데, 최근 2년간 투자금 줄어들면서 위축이 됐죠.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베네핏은 높은 연봉과 오피스 환경인데, 시장이 힘들어지면서 함께 침체했습니다. 현재 공유 업체들은 개인이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 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주거 상품은 투자 관련 정보가 정말 많습니다. 공부한 만큼 실패할 확률이 낮죠. 많은 전문가,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정보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부동산 재테크 행사도 많죠. 그런 곳 다니면 투자 식견이 생깁니다. 하지만 전문가 말만 믿고 덜컥 사선 곤란하죠. 재건축이든 전월 세 집이든 갭투자든 주거 환경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 투자가 아닌 실거주를 해야 할 수 있으니까요. 후보지 5~10개를 추려 실제로 임장도 가봐야 실패가 없습니다. 단순히 '어디가 좋다, 따라서 사는 시대'는 끝났어요. 투자 전문가들은 항상 타이밍 이야기하죠.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늦다'며 불안심리를 조성하죠. 휩쓸리지 마세요. 결국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합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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